호반아트리움 아트살롱 갤러리는 남지은의 개인전 <Rear Window>를 개최한다. 남지은은 욕망의 모습을 상징적 이미지들을 사용하여 현실적이면서도 낯선 풍경으로 시각화 한다. 본 전시에서는 초록의 이미지가 선명한 기존 작품에서부터 고요한 밤의 풍경이 등장하는 근작까지, 욕망에 대한 남지은 작가의 확장된 해석을 확인할 수 있다.
남지은은 창(Window)을 통해 욕망이라는 마음을 구상 회화로 표현해왔다. 특히, 그는 욕망의 양가적 성질에 주목한다. 내면 깊은 곳에 억눌러져 있는 욕망은 인간을 끊임없이 갈망하게끔 만들기에 고통의 시발점이 되는 한편, 인류를 발전하도록 만드는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작가는 이러한 욕망의 두 가지 속성을 '창'을 사용해 상징화한다. 창은 안과 밖에서 모두 주시할 수 있는 경계적 사물이기에 작가는 이를 내부와 외부를 연결하는 매개체로 상정한다. 욕망의 상반된 성질이 창이라는 사물을 통해 형상화됐다면, 창 안에는 비약적으로 자라나는 욕망의 속도를 유비하는 도상인 ‘식물’이 등장한다. 비현실적으로 크기를 키운 열대식물은 전방으로 뻗어 나가며 화면을 압도한다. 현실을 벗어난 느낌의 초록은 건강과 활기라는 일반적인 감상을 빗겨가며, 숭고미까지 자아낸다.
이처럼, 남지은의 회화에는 작가만의 기준에 의거한 상징들이 점철되어 있다. 더 나아가 작가는 욕망의 상징으로 선정한 아이콘들을 화면 안에 생경하게 배치하여 기묘한 분위기를 가중시킨다. 그의 페인팅은 정가운데 대칭점을 기준으로 전개된다. 일반적으로 중심축이 명확한 회화는 시각적 안정감을 선사하지만, 남지은의 대칭적 풍경은 완벽한 관람자 시점과 보편적 소재에도 낯선 감정을 환기한다. 이러한 현상은 클래식 회화에 대한 관람자의 기대심리를 벗어나는 작가의 트릭(trick)에 기인한 것이다. 관람자는 사물 자체를 리얼하게 묘사한 회화를 보며, 보편타당한 명암법을 기대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지면에 닿은 사물의 그림자는 묘연하기만 하다. 비현실적인 현실이다. 이렇듯 남지은은 상징적 소재와 대칭적 구도, 초현실적 설정을 통해 현실에 있을 법하면서도 이질적인 허구의 풍경을 표현하며, 이를 통해 욕망의 실체를 호령한다.
본 전시의 제목 <Rear Window>는 알프레드 히치콕(Alfred Hitchcock)의 동명의 영화에서 가져왔다. 영화는 남지은의 풍경처럼 사각의 창문 틀을 통해 사건을 전개하며 진실을 폭로한다. 어쩌면 작가는 욕망이라는 터부를 심미안적으로 발언함으로써, 나와 우리를 둘러싼 감정의 근원적인 얽힘을 드러내는 것이 아닐까? 한 해가 저물어져 가는 지금, 남지은의 자기인식적 모험과 그로 인해 발현된 신비로운 풍경화를 통해 욕망하는 나의 마음을 되짚어 보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